e-book 바로보기
pdf 다운로드
  • 공유하기
전문리포트 2

자주포의 역사와 미래

글. 기동화력3팀 김희원 연구원
스토리

전시에 성공적인 지상 작전을 위해서는 전차, 자주포, 장갑차 등 기동화력장비의 절대적인 우세가 요구된다. 초기 자주포는 단순히 화포가 차량 위에 탑재되는 형태였고, 이후 현대전에 적합하도록 거듭 개량되어 왔다. 미래에는 무인화 추세와 더불어 4차 산업기술의 발달에 따른 자주포의 성능 향상이 예상된다. 본 기고에서는 자주포의 역사와 주요국들의 자주포 연구개발 동향을 소개한 후, 미래 자주포의 발전방향을 제시한다.

자주포의 역사

기원전 원거리에서 적군을 타격하기 위해 사용되던 투석기를 시초로, 14세기경 화약을 이용해서 탄체를 보다 더 멀리 정확하게 쏠 수 있는 화포(火砲)가 개발되었다. 초기 화포는 포구(砲口) 장전식이었고, 19세기경에 포미(砲尾) 장전식의 포신 내 강선이 적용된 현재 화포 형태로 발전했다. 화포는 기동 형태에 따라 크게 고정포, 견인포, 자주포로 구분된다. 견인포는 말 또는 차량 등의 별도 기동수단의 힘을 빌려 기동성을 확보하지만, 주행 속도나 운용 지형 등의 측면에서 제한적이다. 자주포는 화포를 차량에 탑재시켜 말 그대로 '자력으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한 화포를 총칭하며, 견인포에 비해 기동성 및 운용성 등에서 우위를 가진다. 자주포는 탑재한 화포의 종류에 따라 자주평사포, 자주곡사포, 자주박격포 등으로 나뉘는데, 오늘날 자주포라 함은 대부분 자주곡사포를 지칭한다. 최전선에서 적 진지를 돌파하는 전차도 자가 주행력을 가지므로 엄밀하게는 자주포의 일종으로 볼 수도 있으나, 전투 시 담당하는 역할이나 기능적인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세계 최초의 자주포 : 영국 Mark-1 Gun Carrier
세계 주요 자주포

초기 자주포는 단순히 전차의 차대 위에 화포가 얹어져 장착된 형태였기 때문에 정밀한 사격이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화포가 오픈 탑(Open-topped) 형태여서 포병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 이후 제1차 및 2차 세계대전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력장치, 사격통제장치, 위치확인장치, 자동장전장치 등 요소기술들의 발전에 따라 자주포의 성능은 지속적으로 개량되어 왔다.

현재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자주포로는 독일의 PzH2000, 대한민국의 K9A1(썬더), 미국의 M109A6(팔라딘) 등을 꼽을 수 있다. M109A6은 1960년대 초부터 실전 배치된 M109의 개량판으로서, 타 장비들보다 성능은 소폭 뒤처지나 코소보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 등 실전에서 검증되어 신뢰성이 높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성능면에서 가장 뛰어난 자주포는 PzH2000이라고 할 수 있으나, 개량이 더디고 양산단가가 매우 높은 것이 단점이다. 따라서 준수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모두 고려하면 K9A1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주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요국들의 자주포 연구개발 동향

세계 각국은 전시 우위를 선점하고자 우수한 자주포를 보유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1989년부터 운용 중인 기존의 2S19 Msta-S 자주포를 대체하기 위해 2016년부터 2S35 Koalitsiya-SV-O(이하 칼리챠-SV) 자주포를 생산하여 전력화하고 있다. 칼리챠-SV는 T-90 전차의 차대를 기반으로 152mm 52구경장 주포와 12.7mm 대공기관총을 탑재하고 있고, 공기압축 자동장전시스템과 사격 간 수냉식 약실 냉각시스템이 적용되어 사격속도가 분당 최대 16발에 이른다. 특히 목적별로 요구되는 탄종과 장약량이 자동으로 선택되고 외부에서 원격으로 포탑운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높은 자동화 수준 덕분에 칼리챠-SV 운용에 필요한 승무원의 수는 오직 3명에 불과하며, 해당 인원들은 자주포 전면에만 나란히 배치된다. 또한 로켓추진탄을 사용할시 최대 70km의 사거리가 보장되며, 포탑에 부착한 대포병탐지레이더를 통해 자가 탄도 오차수정이 가능하다.

러시아 신형 자주포: 칼리챠-SV
미국 신형 자주포(시제품): XM1299

최근 미국은 일명 ERCA(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라 불리는 사거리 연장 자주포 M1299의 시제품인 XM1299의 시험사격에 성공했다. 시험에는 '엑스칼리버'라고 불리는 155mm 구경의 장거리 정밀 유도 포탄이 사용되었고, 70km 떨어진 표적에 정확히 명중했다. 이는 러시아의 신형 자주포인 2S35의 유효 사정거리와 동일한 수치에 해당한다. M1299는 기존에 주력으로 운용 중이던 M109A7 자주포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포신의 길이가 약 9m인 155mm 58구경장 화포를 적용하여 최대 사거리가 기존 M109A6 자주포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난 130km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M1299에는 완전히 자동으로 탄약 장전을 조정해주는 탄약 처리 체계 AHS(Ammunition Handling System)가 적용되어 분당 최대 10회의 사격이 가능하다.

미래 자주포의 발전 방향

국방부의 「’21-’25 국방중기계획」에 따르면 우리 군은 향후 병력자원의 수급 부족을 고려하여 기본적으로 '병력집약적' 구조에서 첨단무기 중심의 '기술집약적' 구조로 재편되고, 4차 산업 핵심기술을 활용한 유·무인복합전투체계를 구축하여 원격 제어를 통해 전투효율성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그리고 「육군비전 2050」에 따르면 4차 산업기술의 발달은 무인화·초지능·초연결을 기반으로 기존 무기체계의 혁신뿐만 아니라 획기적인 신개념 무기체계의 등장을 촉진시킬 것이다. 즉, 무인자율주행, 인공지능과 멀티 센서를 활용한 능동적 방어 및 공격체계, 탄약 개량, 대체에너지 기반의 동력원 등을 통해 무기체계의 근본적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며, 자주포 무기체계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발전할 것이다.

무인화

기본적으로 자주포의 운용 개념이 무인화 원격방식으로 변경되어 차량에 탑승하는 승무원의 수가 획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작전운용성능의 향상과 전시 인명피해의 최소화를 위해서는 실제 차량에 탑승하는 인원을 줄이고 외부 운용 인원을 늘리는 방향이 적합하다.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하면 차량을 운전하는 조종수가 불필요하고, 고반응 무인 포탑 시스템을 적용하면 포 방렬과 탄약 장입 및 사격 실시를 담당하는 사수 및 부사수, 탄약수 등이 불필요하다. 자주포의 전반적인 운용을 지휘하는 포반장도 원격 통제로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현재 K9A1 자주포의 경우 조종수, 사수, 부사수, 탄약수, 포반장이 탑승하므로, 장기적으로 차량 탑승 인원 소요를 완전히 없앨 수 있다.

초연결, 초지능

미래에는 모든 무기체계들이 상호 결합된 초연결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보병, 무인항공기, 인공위성 등에 의해 획득된 전투 관련정보들이 클라우드 서버에 공유 및 저장된다. 해당 정보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가공된 후 표적, 탄종, 사격량 등의 측면에서 최적화된 사격 임무가 자주포 체계에 하달될 것이다.

무장개선

사거리 연장 및 사격속도 증대를 위해서 장약 기술의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독일 PzH2000 자주포의 우수한 사격 성능은 둔감화 장약의 사용으로부터 비롯되는데, 이 장약은 고온의 포신 내에서도 발화점이 높아 탄이 폭발하는 온도 기준이 더 높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재 대한민국의 둔감화 장약 기술 연구 역시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이다. 탄종의 경우에도 기존의 재래식 화약탄 개선과 함께 지능화탄, 전자기펄스(Electromagnetic Pulse; EMP)탄, 고섬광탄, 탄소섬유탄 등 신규 탄종들이 개발될 것이며, 화약이 아닌 레이저, 지향성 저주파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활용도 기대된다. 추가적으로 포신 내 포탄이 발사될 때마다 추진장약 연소로 인한 화학적 작용과 탄체 고속운동으로 인한 물리적 침식이 발생하므로, 연속 사격에도 포열이 견딜 수 있도록 포열 내 도금, 강선율 및 강선 형상 등을 고려하는 포열 마모 감소 기술도 계속 연구되어야 한다.

방호력&기동성 개선

전 세계적으로 차량 장갑 방호 무력화를 위해 다양한 탄종이 개발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비한 방호력 향상이 요구된다. 승무원의 생존성을 위해서는 장갑 구조물을 물리적으로 더 보강해야 하지만, 반대로 중량 증가에 따른 기동성 저하가 동시에 발생한다. 현재 K9 자주포는 방호력 확보를 위해 균질압연장갑(Rolled Homogeneous Armour; RHA)으로 차체 및 포탑구조물을 제작하고 있으며, 1,000마력 엔진을 탑재하여 최대 70km/h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향후 균질압연장갑보다 방호력이 우수하지만 가벼운 경량화 소재를 개발하여 접목하면, K9의 가장 큰 장점인 사후이속(Shoot-and-scoot) 능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지능형 초장사정포병 상상도 (출처: 육군비전 2050)

대한민국은 명품 자주포 K9의 전력화 이후 자동사격통제장치, 위치확인장치, 조종수야간잠망경, 보조동력장치, 후방카메라 등을 개량 또는 추가한 K9A1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K9A2는 K9A1에서 반자동이던 포탄/장약 장전, 신관 시한 설정을 완전 자동화하여 원격 운용함으로써 K9A1 대비 사격속도를 분당 6발에서 9발 이상까지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차량 운용 인원도 최소 2명까지 축소시킨다. 추가로 포신 마모 저감 기술, 둔감화 단위장약 기술 등도 적용된다. 향후에는 차체 기동까지 완전히 무인화한 원격무인조종 방식의 K9A3 연구개발도 계획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무인화에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지능형 차세대 자주포의 탄생이 예상된다.

K9 자주포의 발전 예상